10년 전 일기를 꺼내어...
10년 전 일기를 꺼내어...
97.5.28
이문열의 '시인과 도둑'을 읽었다.
길을 가다 도둑을 만난 시인.
그는 그 상황에서 문득 자신의 모습-사회를 비판하는 그러나 정작 그 사회를 바꿀 수는 없는-에 대한 회한을 가지게 된다
ME TOO. 잘못된 것이라고 느끼면서도 가슴속으로 흐느끼기만 할 뿐 결국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책은 오히려 이 때 더 많이 읽었다)
97.7.23
-보물 명세표-
1.워크맨
2.서태지와 아이들 음반
3.농구공
4.스피커
5.탁구라켓
(워크맨은 진짜 나의 보물이었고..난 서태지빠다..시험잘보면 엄마한테 농구공 사달라고 해서 샀던 STAR농구공!
스피커는 내가 용돈 모아서 동대문에 가 직접 산 거다...탁구라켓..난 지금도 그나마 보통 이상 하는 스포츠가 탁구다)
97.9.24
나의 단점-꾸준함이 없다. 교활하다. 변덕이 심하다
나의 장점-머리가 좋다. 잠재력이 크다. 냉정하다
(단점은 지금 생각해도 맞다..머리가 좋다는건 완벽한 착각이었다..)
98.8.19
내일이면 2학기가 시작된다
학교는 가고 싶지만 두려운 것이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공부
또 하나는 공포의 천자문
(한문 방학숙제가 있었는데 덜했었던 것 같다...한문 선생님은 여자였는데 별명이 피바다였다;;;)
98.11.6
오늘 제출한 소설.
모티브는 서태지의 'TAKE THREE'
소설 중간엔 'TAKE ONE' 가사도 들어있다
그런 상황설정은 앞으로도 많이 써먹어야겠다
(이 소설..아니 소설이라기엔 너무 짧았던 꽁트는 나중에 교지에 실렸다)
99.1.1
드디어 99년이 밝았다.
99년...
내 마지막 10대 시절,
내 마지막 학창 시절,
노스트라다무스의 마지막 날,
90년대의 마지막 해,
이 한해 90년.
어느 해보다 중요하게 다가오는 해.
앞으로 어떤 시간들이 내 앞에 펼쳐질지...
(난 정말 2000년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99년에 세계는 멸망하지 않았다)
99.1.14
마이클 조던이 오늘부로 농구 인생을 마감.
인생에서 한번쯤 그의 농구 인생처럼
살아갈 기회가 온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는 신화였다)
99.9.9
꿈이 하나씩 하나씩. 시간이 갈수록
사라져 간다는 걸 새삼 느낀다.
돌아보면 꿈이 많던 그 시절이나
꿈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하지만 그 하나 하나가 모두 소중했던 것들이기에 아쉬움은
더해만 간다.
꿈을 잃지 않는 방법은 -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이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던가...? 마지막줄이 지금의 나에게 와 닿는다. 근데 지금 읽어보니 뭔가 문맥이 횡설수설한데;)
99.11.15
일생을...일생을 단 하나의 시험을 위해 보내왔고
또 일생을 위해 단 하나의 시험을 치뤄야 한다.
결의,자신감,정신력...
필요한게 너무 많다
(수능 이틀 전에 쓴 일기다)
99.12.24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오전엔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내 기억엔 거의 10년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싶다
눈이 이렇게 반가운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이 눈처럼 내일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날 난 인천교대 특차에 떨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9.12.30
오늘 원서를 내러 청주에 갔다.
생전 처음 가보는 충청지역이었다.
청주교대는 좀 초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상에! 학교 앞에 유흥시설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사람이 많이 몰려 높은 경쟁률이 나올 것 같다
이젠 면접에 사활을 걸고 철저한 준비를 해야겠다
(홀로 버스타고 청주로 내려가 여기저기 헤맸던 기억이 난다..)
10대 시절 나의 일기는 여기서 끝난다
절반은 시험,공부 이야기고 절반은 같잖은 사춘기 철학의 주저림이구나
띄어쓰기는 이때 더 잘했던 것 같다
이제 대학 다닐때 썼던 일기를 꺼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