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양조가 vs 소믈리에, 와인판매자
양조가와 소믈리에 둘 중에 누가 더 와인을 잘 알까요? 이런 질문을 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제 질문이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걸 눈치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직업의 목표는 전혀 다르니까요.종종 소믈리에와 평론가들은 양조가들이 와인을 잘 모른다고 불평하곤 합니다. 양조가들은 와인 맛을 보고나서는, 그 동네 어느집 어느 포도밭에서 나온 와인인지 귀신 같이 알아맞추지만, 소비자의 입맛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적어도 제가 살아온 부르고뉴와 르와르 지방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와인을 만드는 농부나 양조가가 아마도 소비자가 원하는 와인을 만드는 농부나 양조가보다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양조가들은 결국 소비자의 입맛을 잘 아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그 성공적인 양조가들도 다른 지역 와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만난 농부겸 양조가들 중엔 샤또 르팡이나 바롤로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수출도 안하는 평범한 와이너리 주인들은 보르도 그랑크뤼 샤또들도 잘 모릅니다.
이와는 반대로 양조가들 역시 소믈리에와 평론가들이 와인을 잘 모른다고 투덜댑니다. 가령 빈티지 같은 경우에 그 해의 특성을 너무 단순화 시킨다거나, 지역적인 특성을 간과하고 너무 스탠더드한 기준을 갖다 댄다고 투덜댑니다. 와인이라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들, 빈티지와 포도품종, 토양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개성들을 무시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소믈리에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와인들을 구별해 내고, 점수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각 와인들이 가진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시 양조가와 소믈리에는 아주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사실에 공감하시는 여러분들이지만 실제 생활에서 와인 전문가, 와인고수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면 좀 헷갈리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와인 이름을 많이 외우고 있고, 그 와이너리의 배경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와인고수로 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저희 동네에서 가장 좋은 와인가게는 비노테크란 와인가게입니다. 제 블로그에서 소개한 적도 있습니다. 이 와인가게는 한 지역의 와인은 5가지 이상은 갖다 놓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상이 되면 그 와인을 모르게 된다는 이유 때문이죠. 여기서 와인을 안다는 의미는 와인의 종류를 많이 안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일 것입니다. 아마도 이 와인샵의 주인은 양조가와 농부의 시각에 좀 더 접근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와인을 시작하신지 얼마 안되시는 분들이 "와인을 잘 몰라요" 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분들 중에는 와인의 향기를 표현하는 수많은 단어들을 이미 알고 계시는 분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도시에서 자라서 카모밀향이라든지 라스베리향이라든지 혹은 다른 수많은 향들이 의미하는 바를 잘 모릅니다. 제가 생각하는 와인 고수의 한편은 자연의 향기를 잘 알고 있는 분들입니다. 향기 외에도 와인을 즐긴다는 것은 다양한 경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질문을 한다면, 와인을 잘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전 여전히 어리석은 질문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어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궁색한 답변이라도 찾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답변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가능하면 와인을 직업으로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평범한 애호가로 남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