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정글

" 강성철 "에 해당되는 글 1건

  1. 횟집수족관 / 강성철

횟집수족관 / 강성철


                  횟집수족관

                                               강성철

투명한 감옥이다, 아주 투명한 감옥.

온갖 사형수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물 속에 갇혀,

매 순간을 견뎌내고 있다.

살찐 방어의 사형이 집행되고, 곧이어 우럭이 잡혀갔다.

광어는 자신의 몸을 최대한 낮춰, 방어를 해보았지만

결국엔 살이 발려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남은 물고기들이 불안한 눈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도다리는 짝눈을 더욱 굴리다, 더 짝눈이 되어갔다.

드넓은 바다, 그 자유스런 바다에서처럼

도다리의 짝눈을, 이제 누구 하나 놀리지 않는다. 

한때는 별로 인기가 없었던 노래미가

양식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싼 값에 해부되었다.

서해바다를 그리던 남은 노래미들이 화들짝 놀래서

수족관 깊숙이 잠수한다.

 

직장이라는 감옥에서 샐러리맨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투명한 한낮 속으로 걸어가고들 있다.

밝은 바깥도 햇살의 감옥이다.

한 무리가 설렁탕 감옥으로, 또 한 무리가 삼계탕 감옥으로,

그리고 횟집이라는 이 물고기 감옥으로도 잘도 들어온다.

이제 곧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가정이라는 감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죄수들이

'소'라는 사형수를, '닭'이라는 사형수를,

'물고기'라는 사형수도 잘도 삼킨다, 반주로 소주도 한다.

대화의 꽃을 피우며, 정말 가까워 보인다.

 

식사를 마치고 죄수들이, 서로를 삼겨야 하는 감옥으로

삼삼오오 떼 지어 잘도 들어간다.

네가 아니면 내가 죽을 것이란 진실을

가슴 속 깊이 묻어둔 채,

떼 지어 희희낙락대며 잘도 들어가는 모습을,

수족관 물고기들이 담담하게 쳐다보고 있다.

                         『서정시학』, 2007년 겨울호, 143쪽~144쪽.


2010/04/06 10:17 2010/04/06 10:17
top

TAG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