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연, 클래식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다.
11월의 어느 날, 재연이는 갑자기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하였다. 그 때 재연이와 나는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왜 배우고 싶은데? 재연이는 이 노래에서처럼 기타를 멋있게 치고 싶다고 하였다. 스피커에서는 god의 '사랑이 영원하다면'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가사와 함께 라틴 풍의 기타 반주가 듣는 이의 가슴을 흔드는 노래였다.
우리 집에는 아주 오래된 클래식 기타가 있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 있었던 친구와 함께 낙원상가에 가서 샀던 그 기타는 젊은 날의 내 삶의 위안이 되주었던 친구였다. 그리 잘 치지는 못했지만, 메아리 7집(안타깝게도 지금 이 책을 찾을 수가 없다. 집 구석 어디엔가 있을텐데...)에 실린 노래들을 부르면서 삶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부여잡고자 하였다.
그 기타는 20년의 세월이 지나 이제는 고물이 되어 여전히 우리 집에 있다. 조금만 수리하면 다시 쓸 수 있을 것 같아, 재연이가 다닐 기타 학원을 물색하였다. 나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그 당시 세대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책보고 독학을 했지 학원을 다닌 경험이 없어 좋은 학원을 찾는 일은 참으로 난감하기만 했다.
나는 기타를 아주 잘 치는 연구실의 채민 샘에게 도움을 청했고, 학교의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 있는 한 사람을 소개받았다. 개인레슨을 받아 본 경험이 전혀 없었던 재연이는 부담스러웠는지 잘 모르겠다며 처음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나는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둬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재연이는 나도 알아... 그러면서 장고를 하더니 마음의 결심을 굳혔나보다. 드디어 12월부터 기타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레슨 샘에게 기타 수리까지 부탁을 하였다.
안타깝게도 내 기타는 브리지와 새들 부분이 상판에서 떼어져 있고, 상판이 옆판과 들떠 있어서 수리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 에고, 이 기타만 믿고 레슨을 시작한 건데... 레슨 샘에게 좋은 중고 클래식 기타를 구할 수 없냐고 부탁을 하여 기타를 배운지 3주가 되어가는 어제 드디어 재연이는 자신의 기타를 가질 수 있었다. 수제품이라 기타의 안쪽에는 원래의 소유자 이름이 박혀 있었다.
남편은 기타를 보자마자 소리를 들어보더니 정말 좋은 기타라며 재연이보다 더 신나했다. 남편이 기타를 붙들고 연주한 첫 노래는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야~~ 왠 70년대... 내가 놀리듯이 말하자 재연이는 옆에서 마구 큰 소리로 웃는다.
